오늘 조선일보에서 조선멤버십 이라는 서비스를 런칭했음.
잼민이한테 멤버십 혜택을 간단히 요약해달라고 하였음.
비용 및 포인트 혜택
디지털 콘텐츠
문화, 레저, 공연
쇼핑
재테크 및 기타 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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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택 분석
먼저 단순히 가성비만 보자면
월 5,900원 (연간 구독하면 4,920원) 을 주면 현금처럼 쓸 수 있다는 7,000 포인트 및 당분간 매달 5,000 포인트를 추가로 증정하는 이벤트 진행하고 있어 멤버십이 혜자스럽겠다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엄밀히 말해서 포인트는 현금이랑 똑같지 않음.
이 포인트의 사용처는 1. 조선멤버쉽몰에서 사용 2. 기자 후원 으로 볼 수 있는데
현금처럼 전부 사용해버릴 수 있는게 아니라, 물건 가격의 10% 밖에 쓰지 못함. 10000원 짜리 물건을 사면, 가지고 있는 7천 포인트 중 1천 포인트밖에 사용하지 못한다는 것
8종 신문 무료 열람이라고 나오는 것들 또한 이미 조선일보에 회원가입만 하여도 대부분 보는데 문제가 되지 않았던 내용들이었음 (추후 어떻게 바뀔지는 모르겠지만)
결국 이미 조선멤버쉽몰에서 월에 7만원 이상 소비를 하고 있었거나, 기자를 정기적으로 후원하고 있었던 독자들에게는 이득이 될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제공받는 포인트는 현금처럼 털어버리기 제한적임.
기타로 홍보하고 있는 문화, 레저, 공연, 재테크 박람회, 여행 할인 등은 이미 저런 분야나 행사들에 관심이 있었다면 땡큐! 겠지만 대부분의 일반 독자로서는 크게 다가오지 않는 부분일 것 같음.
이런 가성비 얘기보다는 나는 이번 멤버쉽의 다른 부분에 대해서 주목하고 싶음.
수익 모델의 변천사
사실 조선일보같은 메이저 신문사의 구독멤버쉽 서비스 런칭은 뉴욕타임즈와 워싱턴 포스트, 블룸버그 등 해외의 이름있는 언론사에서 시작하였고 나름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수익모델임. 거기서 더 나아가 포인트라는 제도를 통해서 자사 쇼핑몰의 락인 효과, 그리고 기타 다른 부수입원들로의 외연 확장을 노리고 있는 것은 상당히 도전적이지만 근거가 있는 경영적 선택으로 보임.
신문사의 수익모델이라는게 시대의 흐름과 기술의 발전에 따라 여러 가지 모양으로 변태(metamorphosis)하는것이 참 흥미로운데, 이 또한 정리 잘하는 잼민이의 도움을 받아 그 변천사를 나열해보았음.
1단계: 구독료 + 광고 '꿀 빨던' 시대 (종이신문 시절)
2단계: 뉴스는 공짜 시대 (인터넷 등장)
3단계: 가치 있는 건 유료 시대로 회귀 (디지털 유료 구독)
4단계: 커뮤니티와 경험을 파는 시대 (멤버십 모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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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와 유튜브의 전쟁
조선미디어그룹은
1. 보수적인 정치색을 띄는 조선일보라는 보수 일간지와
2. 건강, 경제, 교육, 산(...), 한자(...) 등 메이저와 마이너를 가리지 않고 여러 분야에서 깊이 있는 분석을 담아내는 양질의 컨텐츠들을 생산하는 매거진들
을 아우르는 종합 미디어 회사임.
근데 이 조선미디어그룹의 보수 일간지로서의 마케팅과 컨텐츠 마케팅, 양쪽에 동시에 빅엿을 때린게 있는데, 그게 바로 다름 아닌 유튜브임.
보수적인 논조로 진보 정권을 때려대는 사설들을 읽고 고개를 끄덕거리며 조선일보를 애독했던 장년층 보수 지지자들은 대부분 금세 더 자극적이고 사이다를 퍼맥여주는 소위 틀딱튜브 (더 순한 말을 쓰고 싶지만 사실 이것보다 더 잘 와닿는 단어가 없음) 에 빠지게 됨.
눈도 나빠지고 Attention span 도 짧아져서 신문 기사를 읽고 스스로 각종 자료들을 찾아보면서 비판적으로 내용을 소화하기도 힘들어진 장년 세대들에게 틀딱튜브가 확인되지도 않은 각종 자극적인 음모론들을 내세우며 인공 아바타로 TTS 도 읽어주니까 마치 요즘 젊은 친구들이 Reels 와 숏폼에 중독되듯이 빠져들어갔음.
하지만 조선일보는 그래도 나름 레거시 미디어라고 점잖게 말하고 최소한의 팩트체크라도 하려고 하니까, 오히려 유튜브와 황색언론의 매운 맛에 길들여진 장년층의 입맛을 맞춰주기 힘들게 됨. 미군까지 공식 SNS 에서 말도 안된다고 못 박은 스카이데일리의 음모론을 조선일보가 비판했을 때 댓글창이 어땠는지 보면 알 수 있음.
자연스럽게 조선일보를 신문으로 보면서 구독료를 내던 독자들은 신문을 끊고 유튜버에게 계좌 후원을 하고, 인터넷으로 보면서 광고비라도 올려주던 독자들도 조선일보 사이트 안들어가고 유튜브로 직행함.
컨텐츠 마케팅 또한 밀리고 있는게, 유튜브에는
등산이면 국내산만 파는 유튜버, 해외 산들을 주로 파는 유튜버
교육이면 학령기 전 유아발달 전문 유튜버, 초등교육 전문 유튜버, 중고등 입시 전문 유튜버, 물리학 유튜버, 철학 유튜버
경제면 비트코인 전문, 해외주식 전문, 국내주식 전문, 가치투자 전문, 기술적 투자 전문
등 독자의 취향에 맞는 분야를 정확하게 핀포인트로 더 깊고 질 좋은 컨텐츠를 생산해주는 유튜버들이 깔려있음.
경영진 측에서도 유튜브에 회사의 파이가 많이 잠식되어가고 있다는건 너무 당연히 인지하고 있었을거고, 이런 틀딱튜브들을 견제하려고 자극적이기만 하고 내실이 없는 유튜버들이나 음모론을 비판하는 기사들도 종종 내보냈었지만 오히려 열혈 보수 지지자들에게 '조선일보는 초심을 잃었다'고 얻어맞고만 있는 둥 유튜브로 넘어간 대세를 다시 기울일 수 없었음.
그 동안 조선몰로 수익 다각화를 노려보았지만, 아직도 피를 흘리면서 경쟁을 하고 있는 쿠팡을 비롯한 거대한 이커머스 회사들과 비교해서 조선몰을 이용할 이유를 독자들에게 설득하지 못하였었고, 무언가 혁신적인 타개책이 없으면 악화일로를 끊어내기 힘들텐데 그런 배경에서 나온 것이 이번 조선멤버십이라고 비침.
커뮤니티와 경험을 파는 시대
다시 돌아와서 변천사의 가장 최근 단계를 주목해보면
신문사는 이제 고품질 저널리즘의 판매를 넘어서 '커뮤니티' 와 '경험' 을 파는 시대가 왔다고 설명되고, 조선일보의 이번 멤버쉽 런칭 또한 그런 흐름의 일환으로 보임.
든든했던 보수 지지층의 기반을 잃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조선일보는 자사 고유의 커뮤니티를 만들어서 충성 고객을 더 적극적으로 확보하고 싶었을 거임. 유튜버들이 공지, 게시판, 댓글창 등에서 커뮤니티를 만들고 계좌후원을 받는 것을 보면서 많이 배가 아팠을거라고 생각됨.
이번 멤버쉽 또한 단순히 신문사측에서 일방으로 컨텐츠를 넘겨주고 끝내는게 아니라 포인트를 지급함으로서
독자측에서 조선몰의 상품을 구매하고
독자측에서 기자에게 후원을 하고
조선일보 커뮤니티의 '멤버' 로서 조선일보가 후원하는 행사에 참여하는 둥
대한민국에서 신문사가 이런 쌍방향의 커뮤니케이션을 조성하려고 하고, 커뮤니티의 일원으로서 할 수 있는 경험들을 제공하려고 시도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행보로 여겨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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